협력적 거버넌스

김정희(부산대학교 연구교수)

박선희(복지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이해관계자의 다양성과 복잡성이 증가하는 현대사회에서는 정부, 시장, 시민사회 각 부문이 가진 역량과 장점을 결합해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거버넌스에 대한 요구가 증대된다. 거버넌스의 여러 유형 가운데 특히 협력적 거버넌스(collaborative governance)는 공공의 의제에 대해 정부 부문과 비정부 부문의 다양한 행위자들이 수평적 파트너십을 맺고 협력과 숙의에 의해 결정, 관리하는 통치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Ansell & Gash, 2007: 548). 따라서 이익집단이 공적이슈에 개입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와는 구별된다.

Emerson　등(2012)은 협력적 거버넌스에 대해 “공적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중앙-지방정부, 공공-민간-시민사회 부문의 다양한 행위자들을 참여시키는 의사결정체제 및 관리과정”으로, Rich & Stoker(2014)는 “정부 및 비정부 부문의 다양한 행위자들이 그들의 자원과 전문지식을조직화해 공동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으로 설명하고 있다. 1980년대의 신자유주의 거버넌스는 세금 및 규제의 완화 등을 통해 시장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정부 역할을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2000년대 이후의 주된 흐름인 협력적 거버넌스는 시민역량 강화를 위해 정부가 촉진자･조력자 역할을 적극 수행하는 등 정부역할 강조론을 내세우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처럼 협력적 거버넌스 아래에서는 행정이나 전문가의 전문지식과 일반시민들의 지역지식(local knowledge)의 결합이 중요해지고 지방정부와 지방의회, NGO･NPO, 공동체조직, 학교, 대학, 비즈니스조직, 여러 이해관계자 등 지역사회 각 행위자들의 네트워크와 숙의가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따라서 시민적 역량과 권한 부여가 중요한 실천과제로 대두되며, 정부의 역할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유능한 시민 만들기’라고 할 수 있다.

유능한 시민은 하루아침에 양성될 수 없으므로 지역공동체 안에서 다양한 학습네트워크와 실행공동체의 실험이 장려되어야 한다. 의사결정의 기득권을 누렸던 공무원들도 시민과의 협력적 문제해결 방식에 헌신하려면 사고의 혁신과 지속적인 학습이 필요하다. 서구의 협력적 거버넌스 성공 사례 지역들은 정부, 시장, 시민사회의 각 부문 행위자들이 실용적인 학습 과정에 꾸준히 참여해왔으며, 이 과정에서 갈등 해결과 협상의 기술을 터득해왔음을 알 수 있다(Sirianni, 2009: 65).

대학교수이자 미국 오바마 정부의 도시정책위원회 내 거버넌스 그룹 코디네이터였던 Sirianni(2009)는 협력적 거버넌스의 정책 디자인 목표에 대해 “시민들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깨닫게 하고, 참여시키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또한 이와 관련해 “누구 위에 군림하는(power over) 것이 아니라 함께 행사하는(power with) 것으로 권력 그 자체를 새롭게 인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Sirianni, 2009: 55)며 협력적 거버넌스의 핵심 원칙을 <표1>과 같이 8가지로 정리하였다.

<표 1> 협력적 거버넌스의 8가지 핵심 원칙과 정책 디자인

출처 : Sirianni(2009: 42)

한편 전 세계의 주민참여예산 비교연구를 수행한 Wampler(2007)는 참여예산 거버넌스와 관련해, “주민참여예산제 도입을 추진하는 지방정부라면 ‘시민들에게 권한을 위임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기꺼이 지역의 관료제를 개혁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등을 먼저 자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거버넌스 실천을 위해 지방정부는 현재의 관료제를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시민 지향적으로’ 개혁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Wampler, 2007: 48)는 의미이다. 이는 참여예산 디자인에서 지방정부의 특권을 억제하고 견제하는 규칙을 포함하고 있는지, 시민들이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등이 고찰되어야 함을 알려준다.

*출처: 김정희‧박선희(2019), 「참여 및 숙의형 거버넌스를 위한 주민참여예산제 개선방안 연구」, 『NGO연구』, 제14권 제3호, 한국NGO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