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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 동향
제목 <창> 제도 없이 가능하지만 주체의 변화 없이는 불가능한 거버넌스
이름 관리자

 

제도 없이 가능하지만 주체의 변화 없이는 불가능한 거버넌스

 

거버넌스 교육론을 발간합니다.

오래전부터 바램이 있었고 구상이 있었습니다. 현실, 특히 지역으로부터 들리는 들리지 않는 요청들이 있었습니다.

거버넌스는 이미 대세가 되었습니다. 여전히 어떻게 하지?’ 하는 막막함이 주를 이루지만, 일부에서는 거버넌스 신드롬을 염려했고, 아니나 다를까 일부에서는 사이비 거버넌스’, ‘의사(擬似) 거버넌스라는 화난 목소리도 들립니다.

더 늦기 전에 거버넌스 교육을 위한 책을 내기로 하였습니다. 그것이 1년 전 이맘때였습니다. 작업을 하다 보니, 내용을 잘 꾸미고 싶고 더 채우고 싶은 마음이 자꾸 들었습니다. 맘 같이 하자면 그 끝을 기약하기 힘들어질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말 그대로 거버넌스 교육에 관한 기본서, 기초 교재의 첫 판을 내는 데 의의를 두고 마음을 비우기로 하였습니다. 그러고 나니 심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작업이 조금 수월해지는 듯 했고, 그리하여 올해 여름 중에 발간을 예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거버넌스센터(이하 센터)에서 새로이 지역혁신분권자치민주주의캠페인 컨퍼런스 1회 대회를 프로모션하고 연구과제들을 여럿 동시에 진행하게 되면서 일정이 늦어져 해가 바뀌는 시점에서야 서문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올해 센터는 로컬 거버넌스 관련하여 의미 있는 연구들을 수행하였습니다. 그 가운데 서울시 거버넌스를 진단하는 연구, 경기도의회의 정책연구과제로 거버넌스 시대 지방의회와 지방의원의 역할 모델에 관한 연구, 그리고 거제시 거버넌스 활성화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도 있었습니다. 연구 과정에서 주요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거버넌스 인식과 정책에 관한 면접 조사를 공통적으로 진행하였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거버넌스의 필요성, 나아가 시대적 불가피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수긍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거버넌스의 실제 정책 효과에 대한 평가와 당장의 구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룹별로 편차가 작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거버넌스 파트너 그룹에 대한 상호간 불신의 정도가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센터에서는 그간에도 이제는 단지 거버넌스를 하는 것, 거버넌스를 하고 있다고 자랑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 문제라고 해왔습니다. 실제로 로컬 현장에서는 중앙정부 공모사업이나 매칭펀드 사업을 따오는 데서 중요 평가 항목으로 거버넌스가 약방의 감초처럼 끼어 있기 때문에도 거버넌스를 하지 않을 수 없는형편이기도 하지만, 그에 따른 현장 담당자들의 스트레스, 이른바 거버넌스 피로감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는 파트너 그룹에 대한 불신, 거버넌스 정책사업의 더딘 성과 등과 중첩되면서 거버넌스 회의론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이미 지자체 가운데 거버넌스(협치) 도정’ ‘거버넌스 시정을 내세웠다가 소리 없이 지워버리는 경우들도 없지 않습니다.

이 같은 거버넌스 현장의 실태는 거버넌스에 대한 적확(的確)한 이해의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주고 있는 것으로, 거버넌스를 막연히 시민 참여, 주민 참여의 확대 정도로 관성적으로 이해하는 데서 오는 필연적인 귀결일 수 있습니다. 거버넌스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것에 꼭 비례하여 그만큼 거버넌스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그에 기초한 온전한 거버넌스 교육이 절실함을 말해주고 있는 셈입니다. 시인의 절창을 따와서 유비로 지적한다면, 거버넌스 현장의 혼란과 그에 따른 거버넌스 회의론, 그리고 거버넌스 후퇴 원인의 8할은 거버넌스 교육의 문제 즉, 거버넌스의 적확한 이해에 기반한 온전한 거버넌스 교육 부재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이 책의 구성도 먼저 거버넌스 이해에 대해 비중 있게 기술한 다음에 거버넌스 교육의 개념에서부터 평가까지 거버넌스 교육 전반에 대해 다루고, 마지막으로 거버넌스 교육 사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1거버넌스의 이해에서는 거버넌스의 개념과 가치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근대 국민국가 및 대의민주주의 체제를 개관하고 현대 민주주의의 진화의 측면에서 거버넌스의 의미를 짚고 있습니다. 198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거버넌스가 본격 대두하게 된 정치 사회적 배경과 함께 학계에서의 거버넌스 정의의 문제를 살펴보고, 위계적인 거번먼트(goverment) 체제와의 비교를 중심으로 거버넌스의 구조와 가치를 기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사회에서 거버넌스의 확산 흐름을 살펴보면서 실제적 맥락에서 거버넌스의 요체를 밝힙니다. 마지막으로 거버넌스 실행의 맥락에서 주체의 중요성과 거버넌스 제도 설계에서의 키포인트가 무엇인지를 짚고 있습니다.

2장은 이책의 주제 장으로 거버넌스 교육과 관련된 전반적인 이슈를 현장의 필요와 소용을 염두에 두고 다루고 있습니다. 1거버넌스 교육의 개념과 목표에서는 거버넌스 교육을 정의하면서 거버넌스 교육의 목표와 방향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2절에서는 거버넌스 교육은 민주주의의 질적 발전을 위한 기획이자 민주시민교육의 일환이라는 맥락에서 공무원, 시민사회활동가, 일반시민 각 대상 그룹별로 요구되는 역량과 거버넌스 교육이 지향하는 시민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3절에서는 거버넌스 교육의 구체적인 교과 내용과 편성, 그리고 다양한 교육 방식과 방법 모형을 기술합니다. 4절에서 기관단체에서 실제로 거버넌스 교육을 시행하는 경우에 교육 기획과 운영 방향 상에서 유의할 점들을 살펴보고, 5절은 거버넌스 교육의 제도화와 평가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6절에서는 이 장의 내용을 다시 한 번 간명하게 요약하면서 몇가지 제언으로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3장은 거버넌스 교육의 실제 사례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1절에서는 외국의 거버너스 교육 사례로 네덜란드, 프랑스, 스위스, 유럽연합 등의 사례를 그 특징을 중심으로 간략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2절에서는 국내의 선구적인 체계적 거버넌스 교육 사례로 서울시의 협치학교 운영 사례를 살펴봅니다.

그리고 부록의 일부로 2018년에 센터에서 진행한 서울시 거버넌스 교육 전문가 집단 면접 분석을 포함하였습니다.

 

이 책은 거버넌스 교육에 관한 첫 출판 교재일 것입니다. 모두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시작에 의미를 두고 발간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초점은 무엇보다도 거버넌스 교육관계자, 나아가 거버넌스에 실천적인 관심을 갖는 분들이 일독하면 적어도 적확한 거버넌스와 온전한 거버넌스 교육의 요체와 상()을 파악하고 장악할 수 있도록 하는데 맞추었습니다. 책의 디자인 또한 이를 감안, 소프트하게 하였습니다.

앞으로 기회 닿을 때 보완 증보판을 낼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부족함과 아쉬움을 묻고자 합니다. 센터에서는 수년 전부터 거버넌스 코디네이터양성 과정을 기획하고, 시행 시기를 가늠해오고 있기도 합니다. 그를 위한 교안과 워크북 제작도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오래지 않아 실제 발간작업으로 이어지길 고대하고 있습니다.

본문에서도 여러차례 강조하고 있습니다만, 거버넌스에는 주체의 성숙, 거버넌스형 주체의 준비가 필수입니다. 우리는 이를 두고 거버넌스는 제도 변화 없이도 가능하지만, 주체의 변화 없이는 전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해 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거버넌스의 실행, 거버넌스 행정, 거버넌스 정치에서 거버넌스 교육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지식정보 습득이나 테크닉의 훈련 그 이상의 문제입니다. 거버넌스는 패러다임이고 민주주의의 진화이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운동입니다. 더 나은 세상, 민주주의의 진화는 새로운 주체의 형성을 요구합니다. 거버넌스 교육은 곧 현대 민주주의 교육이며, 따라서 이 책은 21세기 진화한 민주시민 교육론 교재로 읽어도 좋을 것입니다.

이 책 발간에는 거버넌스센터가 2018년 하반기에 서울시 의뢰로 수행한 <서울시 협치학교 발전방안 컨설팅 용역>이 계기가 되었으며, 이 책 내용의 상당 부분은 그 보고서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관계자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무엇보다도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거버넌스 현장에서 결코 녹녹치 않은 환경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거버넌스의 시간과 역사를 일구어 가고 계시는 모든 분들께 이 기회에 감사와 지지, 연대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리고 더 나은 세상, 더 인간다운 미래 사회에 대한 소망을 간직하고 더 많은 민주주의, 더 넓은 민주주의, 더 높은 민주주의, 민주주의의 심화와 진화를 위해 헌신하고 계신 모든 분들께 동행의 마음을 담아 이 작은 책자를 내어 놓습니다.

 

2020년 세밑

거버넌스센터 이사장 이형용

 

(112일 발간 예정인 거버넌스 교육론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