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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문가·시민의 협력 속에서 ‘과학기술 거버넌스’ 구축하자

이름	거버넌스센터

전문가·시민의 협력 속에서 ‘과학기술 거버넌스’ 구축하자 윤정로 KAIST 교수, 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의 진정한 소통 강조 문화의 안과 밖 20회차 강연의 주인공은 윤정로 KAIST 교수(인문사회과학과)였다. 윤 교수는 ‘과학 기술의 공적 의의’를 주제로 지난 7일 강연을 진행했다. 과학기술의 사회적 측면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온 사회학자인 윤 교수는 이번 강연에서 거대과학화와 지식의 융합, 테크노사이언스(technoscience) 등을 현대 과학기술의 특징으로 꼽으면서, 현대 과학기술이 직면한 새로운 유형의 위험(복합적·기술사회적 성격의 위험)과 윤리 문제, 그리고 현 시대에 맞는 새로운 과학기술 거버넌스(governance)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다. 윤 교수에 따르면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할 시급한 과제는, 개방적인 전문가와 정보화된(informed) 시민의 소통·신뢰·협력에 기반한 작동 가능한 과학기술 거버넌스의 구축과 과학기술과 인문사회과학의 진정한 소통과 ‘경계’ 넘나들기를 통해 ‘두 문화’를 극복해내는 일이다. 윤 교수의 강연은 PPT로 진행됐지만, 녹음파일을 정리한 자료에서 주요 내용을 발췌했다. 자료·사진 카라커뮤니케이션즈 요즘 곳곳에서 거버넌스라고 하는 말이 굉장히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요. 과학 기술에 있어서도 거버넌스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폴라니(M. Polanyi)라고 하는 사람은 과학철학자입니다. 과학 공화국에서 과학자들의 자율, 그러니까 셀프 거버먼트(self-government)가 중요하다는 걸 이 사람은 전통적으로 강조를 했죠. 지만(J. Ziman)이라고 하는 물리학자도 이런 말을 했습니다. “과학은 공적 지식이다.” 이게 뭐냐면 모든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수긍하고 공유하고 있는 그러한 지식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의 의무는 이 공적 지식을 계속 축적해 가는 것입니다. 과학 운동사를 살펴보면, 엘리트 과학자와 달리 일반 시민들은 과학에 대해서 왜 이해를 잘 못하느냐? 의사 결정을 잘 못하느냐? 그것은 과학지식이 없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과학지식을 좀 더 잘 이해하게 되면 좋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데, 문제는 결핍이다, 과학지식의 결핍이기 때문에 계몽적으로 과학 대중화를 해야 한다는 논리로 발전해왔습니다. 그런데 1980년대 이후에는 이런 과학 기술 거버넌스에 방향전환이 이뤄집니다. 구성, 참여, 숙의(deliberation) 거버넌스로 말입니다. 과거에는 거버먼트, 정책(policy)이었다면 지금은 거버넌스라고 하는 키워드로 바뀌어가고 있는 거죠. 이 새로운 과학 기술 거버넌스의 예는 1980년대 중반 네덜란드 의회에서 기술평가국(NOTA)을 만들면서 선언한 데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구성적인(constructive) 기술영향평가를 하겠다고 했어요. 이것은 구성주의라고 하는 조류의 대두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건 결과가 아니라 과정 지향적이란 비판이 제기됐고, 그 다음에 시민과 이른바 이해관계자(stakeholder)들이 참여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즉, 기획 단계부터 기술 영향평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죠. 가장 대표적인 것이 1987년 덴마크에서 시작됐던 합의회의(consensus conference)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들에게 과학에 대해 충분히 정보를 줘서 시민들이 과학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게 되는가, 어떻게 결정하게 되는가를 모여서 숙의하고 그 결과를 과학 기술에 대한 거버넌스에 진지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게 합의회의 기본 정신이죠. 또 다른 경우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1970년대 네덜란드의 대학에서, 예를 들면 과학 기술 연구의 어젠다를 왜 정부나 과학자만 세팅을 해야 하느냐? 그렇지 않고 이해관계자인 시민이나 또는 지역사회에서 요구하는 과학 기술을 연구하는 것이 오히려 과학의 공적 의의를 살리는 것이 아니겠느냐? 해서 이른바 ‘사이언스 숍(science shop, 과학 상점)’ 제안이 나오게 되는 거죠. 정말 우리의 생활과 밀착된 연구를 하는 그런 걸 과학 상점이라고 부르는 거죠. 이런 구성주의의 정신, 참여의 정신, 숙의의 정신이라고 하는 것은 다들 인정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미국, 영국, 독일의 BT에 대해서 재서너프(Sheila Jasanoff) 하버드대 교수가 연구를 해서 내놓은 결론을 보면, 어떤 지식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걸 어떻게 인식하느냐 하는 것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는 거예요. 다양한 시민적인 인식론이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다양성은 문화적인 전통, 체제의 정치적인 토대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이죠. 이 사례연구를 한 곳이 미국, 영국, 독일 등 민주주의 사회였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어요. 이들은 모두 고도의 산업사회에 도달한 나라들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입니다. 재서너프는 이걸 ‘시민적 인식론’이라고 개념화 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과학 기술 거버넌스 문제는 어떨까요?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도 새로운 과학 기술 거버넌스의 제도가 대다수 수입됐습니다. 많은 것을 시도해봤습니다. 차이가 있더군요. 예를 들면 시민회의 같은 것은 다른 나라에서는 다 공적 기관에서 했는데 우리는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했어요. 그런데 저는 솔직히 그 실효성에는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일종의 윈도 드레싱(window-dressing, 눈속임), 修辭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우리가 과학 기술 거버넌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이유는, 1997년 돌리 이후에 생명윤리법을 제정하고 황우석 박사 스캔들 사태에 이르기까지 그 전개과정에 나타난 사회적 갈등과, 과학 기술 거버넌스 문제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과학기술이 불러온 사회적 갈등 해결과 거버넌스 모색은 우리가 앞으로 정말 진지하게 노력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입니다. 어떻게 보면 매우 원칙적인 얘기입니다만, 과학 기술 전문가들이 누구한테 개방적이어야 하냐면 시민들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한테도 개방적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과학 기술 내부에서도요. 이런 개방적인 전문가와 정보화된 시민들의 소통, 신뢰, 협력에 기반한, 그리고 작동 가능한 거버넌스 체제가 구축돼야 합니다. 이 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입니다. 이렇게 해야만 우리가 과학 기술에 관련된 위험과 위기에 대처할 수 있고, 그리고 인간의 오만에 대해서도 경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과학 기술자들이 전통적으로 생각했던 합리성을 그대로 가져간다고 하면, 분명 인간의 오만에 의해서 초래되는 위험의 실현과 파국이라고 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겁니다. 굉장히 구태의연한 말인 것 같지만 결국은 경계를 넘나드는 것, 전통적으로 얘기해왔던 ‘두 문화’의 극복이라고 하는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저는 ‘기능적인 지식인’이 아니라 ‘지성인으로서의 과학 기술전문가’를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대과학 기술지식은 지극히 추상적이고 체계적인 지식입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알고 있는 암묵지와 ‘국지적 지식’이라고 하는 것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과학 기술지식과 인식에는 아직도 한계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자, 그래서 이렇게 과학 기술 전문가들을 교육을 잘 시켜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덧붙여 과학 기술 문제에 대해 인문·사회과학적인 연구 저변이 확대 되고 또 질적 수준이 제고될 필요가 있다는 것도 강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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