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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GC in Media] 관료사회 칸막이를 넘는 융합행정
이름 관리자

[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관료사회 칸막이를 넘는 융합행정

 

정창수(거버넌스센터 이사,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

 

[주간경향]
‘관료제(bureaucracy)’는 ‘관료들이 일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가진 ‘bureau’와 ‘통치’를 나타내는 접미사 ‘cracy’가 결합해 생겨난 말이다. 사무실 책상물림이 사람을 지배한다는 말도 된다. 관료제는 분업화와 계층화된 조직 구조를 가지고 세분화·합리화·규칙성 등 근대적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고 장점이다.

도로 보수공사 현장.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이상훈 선임기자

우리나라에서는 5·16 군사쿠데타 이후 일시적으로 행정이 효율적으로 발전했다는 평가가 있다. 가장 관료화된 군인들이 행정을 장악하면서 일시적으로 생긴 현상이다. 그만큼 우리 국가 시스템이 엉망이었다는 얘기도 된다. 하지만 국민소득 100달러 시대의 행정 환경과 3만달러 시대의 행정 환경은 근대와 탈현대만큼이나 차이가 난다. 공직사회의 비효율이 큰 비난을 받는 이유다. 이제 칸막이와 ‘귀차니즘’은 공직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반면 이를 극복하고 협업한 곳은 혁신의 사례다.

일반적으로 도시에서는 부서가 다르기 때문에 도로공사와 상수도관 공사를 따로 진행한다. 도로는 누더기가 되고 비용은 배가 된다. 땜질한 것처럼 흉한 도로의 모습은 보는 사람도 불편하게 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도로를 개설하고 관리하는 부서나 기관이 따로 있고 상하수도 부서, 도시가스 기관이 따로따로 자기 일만 하기 때문이다.

김해시는 도로와 터널 뚫는 공사를 하는 김에 상수도관을 같이 묻었다. 지방도 1042호선 확장공사와 장유 송수관로 공사를 연계, 병행 시공함으로써 195억원의 예산을 절감했다. 경남도와 수도과, 도로과 등 3자 간 지속적인 협의 끝에 이뤄낸 성과다. 대구광역시 도시철도건설본부도 시차를 두고 따로 시행되는 대구도시철도 1호선인 ‘안심~하양 복선전철 건설사업’(대구시 시행)과 ‘대구선 복선화 사업’(한국철도시설공사 시행)이 교차하는 구간에 미리 교차박스 구조물을 선(先)시공함으로써 119억원의 예산 절감과 함께 공사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3년 동안 무려 20회 이상 협의가 진행된 끝에 대구선 공사할 때 교차박스 구조물을 미리 시공할 수 있도록 했다. 2018~2019년 행정안전부가 예산절감 우수사례로 소개한 사업들이다. 담당 부서, 담당 직원의 생각 변화가 수억에서 수십억원의 예산 절감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부서나 개인의 노력보다 더 중요한 건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김해시의 경우 수도과의 적극적인 노력이 기본이 됐지만, 이런 성과를 일구는 데는 2013년부터 김해시가 운영 중인 합동설계단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일반 기업체에서는 당연한 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이런 일을 해낸 지방자치단체도 대단히 자랑스러워하고 지자체를 총괄하는 행정안전부도 치켜세우는, 획기적인 사례다. 이런 일이 우수사례가 아닌 당연하게 여겨지는 행정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그런데 기계식 평등주의에 물든 공직사회는 인센티브도 반대한다고 한다. 그래서 포상금과 성과금도 나눠 먹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일을 못한 공무원에게 페널티를 주지는 못할지라도, 일을 잘한 공무원들에게 인센티브를 확실히 주는 것도 필요하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도 더 잘할 수 있게 해야 하지 않는가.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

 

[주간경향 2020.08.12]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33&aid=00000412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