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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 동향
제목 [자치분권 동향] 4. 코로나19와 거버넌스, 그리고 HiAP
이름 관리자

코로나19와 거버넌스, 그리고 HiAP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오 영 아 교수

 

“If health of a population suffers, it is an indicator that the set of social arrangements needs to change.”(Marmot, Lancet, 2005)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역사상 세 번째의 팬데믹을 선언한 코로나192019년 말 중국 우한 폐렴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를 공포에 빠뜨리며 이목을 집중시키더니, 금년 1월 우리나라에 첫 환자 발생으로부터 8개월이 넘어가는 지금도 우리의 생활을 지배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신천지, 구로콜센터, 이태원 클럽,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등 큰 사회적 혼란과 함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여, 누적확진자 수는 2만명을 넘어서게 되었다(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2020,9.7). 그러나 의료선진국이라 불리우는 미국과 유럽의 의료체계를 잘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던 나라들이 사망률 10%를 넘기면서 대처가 취약하다고 평가를 받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사망률이 1.57%로 크게 낮아, 전세계가 우리나라의 방역체계를 배우려 하고 있다.

 

국민의 건강권(right to health) 그리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긍정적인 평가를 받게 된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무엇보다 국가재난으로의 신속한 판단으로 중앙과 지방, 공공과 민간 등의 거버넌스를 구축하여 방역시스템을 가동시켰기 때문이며, 동시에 감염병에 대처하는 국민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는 과거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 화재, 세월호 침몰 등 대규모의 참사와 2015년 메르스를 통해 감염병이 매우 큰 사회적 재난이라는 뼈아픈 경험이 존재한다. 재난에 대한 훈련된 경각심은 국가와 국민을 움직이는 요인이 될 수도 있었지만, 근본적으로는 국민의 생명, 건강, 안전 등은 인간의 존엄성과 함께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권리로서 국가가 보호해야 하는 당위성을 가진다. 





▷ 세계인권선언 제25조: 모든 사람이 건강과 안녕을 위해 적절한 생활수준을 향유할 권리가 있다

▷ 대한민국 헌법 제34조, 제35조, 제36조: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지며, 국민은 사회보장, 보건, 복지, 안전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 보건의료기본법 제10조: 모든 국민은...자신과 가족의 건강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성, 연령, 종교, 사회적 신분 또는 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자신과 가족의 건강에 관한 권리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 사회보장기본법 제5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증진하는 책임을 가진다. 

▷ 기타 지역보건법, 국민건강증진법, 공공보건의료에관한법률 등 ​

 

역사적으로 보건 영역에서는 다차원, 다부문간의 협력을 강조

이렇듯 공공성이 강조되는 보건은 수십년 동안 부족한 자원과 인프라 안에서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게 되었다. 특히 과거 질병 중심의 접근이 아닌 개인적, 환경적, 정책적, 문화적 등 다차원적인 접근의 중요성이 강조되었고, 이를 위해 다부문간의 협력이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요소가 되었다. 물론 부문간의 협력은 시대적 흐름에 따라 그 범위와 강도가 변화하였다. 1970년대 이전에는 일차보건의료운동 시기로 건강을 위한 부문간의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였으며, 1980~1990년대에는 건강한 공공정책 수립의 중요성이 나오면서 건강증진의 개념이 함께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의 확산과 세계적인 불황 등으로 2000년 이후에는 건강불평등이 심화되면서, 건강형평성을 위해 모든 정책에서의 건강(Health in all policies:이하 HiAP)이 주장되었으며, 2013년에 헬싱키 성명을 통해 천명하면서, 이것은 세계보건기구의 기본전략이 되었다. 





HiAP 원칙(WHO, 2014)

▸Legitimacy : 국내 및 국제법에 기초할 것

▸Accountability : 국민에 대한 책무

▸Transparency : 정책수립의 투명성과 정보에 대한 접근의 보장

▸Participation : 광범위한 사회적 참여

▸Sustainability : 미래 세대의 필요 충족을 저해하지 않을 것

▸Collaboration : 정부의 부문간 및 수준간 협력​

 

코로나19 대응에서 보여준 HiAP

우리나라 코로나 19 대응은 HiAP의 적용과 그 안에서의 문제점, 효과를 보여주고 있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물론 아직도 진행 중인 코로나 19 사태의 성패를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할 수 있지만, 적어도 전세계는 우리나라의 현재는 HiAP가 거둔 성과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HiAP는 건강을 위한 거버넌스 자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거버넌스를 수행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 Wismar (2012)은 정치적 의지, 파트너와 구성원의 이해, 이슈의 정치적 중요도, 문제의 즉각성, 리더십, 맥락, 자원, 집행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WHO는 이를 실행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범정부적 총괄조직 구성을 통해 타부처 혹은 이해관계자와 상설화된 대화 통로를 설치하고 건강을 보호하고 사회적 요인을 다루는 것에 대한 대중적인 지지를 호소하는 역할이 필요함을 언급하였다(WHO, 2014).

 

전세계가 모범사례로 예의주시하고 있는 우리나라 코로나19의 대응를 살펴보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범정부적 코로나19 총괄조직으로 하여, 중앙부처들과 지방자치단체와의 소통채널을 만들었고, 보건복지부 및 질병관리본부의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시도 및 시군구 보건소와 긴밀한 협력체계를 만들어 자원관리와 환자관리, 역학조사와 방역시스템을 갖추어 함께 움직이고 있다. 또한 중앙과 지자체 단체장의 리더십은 관련 조직 외에도 모든 조직이 행정적, 물리적, 제도적으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신속하게 지원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국가는 정보를 빠르고 투명하게 공개하여 국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었다.

보건 영역에서는 역할과 상관없이 모든 부처가 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과 민간이 거버넌스 구축을 공고히 하고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면 할수록 그 효과는 더욱 배가될 수 있다.

 

지속가능한 거버넌스를 위한 과제들

WHO의 팬데믹 선언을 가져온 코로나19 대응을 통해 보건 영역에서의 HiAP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다만, 향후에도 코로나19처럼 국가재난 사태에서만 예외적인 작동이 되어서는 안된다. 과거에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보건 영역의 특성을 앞세워 거버넌스 구축에 소극적인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국민의 건강권 보장이라는 공공성 제고 차원에서 금번의 코로나19사태를 계기로 거버넌스를 위한 주요 과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신속하고 투명한 정보제공이다. 정보는 모든 정책의 근간이면서 동시에 협치의 기본이다. 둘째, 권한의 위임이 필요하다. 사안에 따라 중앙집중식 혹은 지방분권식의 문제해결방식이 정답일 수 있다. 2015년 메르스 사태처럼 국가에게 독점된 메르스 확진권이 지자체와 공유되었다면 좀더 신속하고 높은 수준의 보호가 이루어졌을 수도 있다. 권한의 위임은 대부분 재량사항으로 규정되어 있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긴급을 요하는 때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규정마련이 필요하다. 셋째, 의견수렴과 의사결정참여 권한을 확대해야 거버넌스 구성원으로서 제역할을 다할 수 있다. 각 부문마다 자체의 목적과 예산, 법을 가진 독립적인 조직으로 상이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영역(정책)에 대한 가치와 목적을 이해할 때 HiAP 가 가능함을 예상할 수 있다. 반대로 이해관계의 충돌에 대한 대응을 위해 보건 영역에서의 타 영역으로의 개입 능력을 키워야 하며 이를 위해 구조적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넷째, 보건 문제를 정치적 우선과제로 설정하여 중앙은 포괄적인 사업에서 리더십을 가지고, 지자체의 단체장의 리더십을 통해 보건 영역에서의 HiAP 실현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이 지속가능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