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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방정치 리더칼럼] ‘여수·순천 10·19사건’과 지방정치
이름 관리자

[기고문]

 

 

‘여수·순천 10·19사건’과 지방정치








강정희 전라남도의원
(거버넌스센터 지정연 회원)​




지방을 중심으로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로 지방소멸이 가시화되고,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사라질 거라는 말도 예사롭지 않게 들립니다. 이제 지방정치는 ‘지방의 지속가능한 미래’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디지털 혁명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후변화에 맞선 탄소중립이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화두가 되고 있기도 합니다. 

‘과거와의 화해를 통한 미래’를 말하고자 합니다. 과거 역사적 사건의 진실을 규명해 아픈 상처를 딛고 미래로 나아가는 것 말입니다. 

필자는 전남도의원이 된 이래 줄곧 제주 4·3사건과 ‘쌍둥이 사건’인 여수·순천 10·19사건(여순사건)에 주목해 왔습니다. 국가폭력으로 희생된 유가족의 통한을 끊어내고자 한 것입니다. 

여순사건은 1948년 정부 수립의 초기 단계에 여수에서 주둔하고 있던 국군 제14연대 군인들이 국가의 제주 4·3사건 진압명령을 거부하고 일으킨 사건입니다. 이로 인한 혼란과 무력 충돌, 진압 과정에서 다수의 무고한 민간인들이 희생당하고 피해를 입었습니다.   

무고한 민간인 희생이 국가폭력에 의해 비롯된 것인 만큼 국회와 정부에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을 거듭 촉구하고,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동분서주하며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에 한 발짝이라도 더 다가서고자 했습니다. 

제주 4·3 사건이 그렇듯 여순사건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은 과거를 반성하고,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으로 나가는 우리의 미래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2001년 이후 여순사건의 진상규명과 희생자의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안이 국회에 수차례 발의됐지만 매번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를 반복해 왔습니다. 제21대 국회에도 152명의 국회의원이 발의한 특별법안이 여전히 계류 중입니다.   

제11대 전라남도의회가 개원 이후 여수·순천 10·19사건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3년 가까이 활동을 지속해 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특위는 여순사건 희생자 유족회, 학계, 시민단체 등과의 소통과 협업을 통해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에 온 힘을 기울이면서 전라남도 차원의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2018년,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에 여순사건의 역사적 의미를 담아 제명을 개정한 데 이어 2019년 여순사건 단독 조례 제정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여순사건을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사건의 하나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았던 것입니다. 여순사건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사건과 그 성격과 내용, 시기가 전혀 달라 단독조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설득하고 조례를 제정하기까지 유족회와 지역사회의 연대가 커다란 힘이 되었습니다.     

여순사건 특위는 민간인 희생자 유족회는 물론 순직경찰 유족회와도 간담회를 갖고 의견을 수렴했습니다. 여순사건을 다룬 토론회와 학술대회 등을 통해 여순사건 단독 조례와 특별법안에 도민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는 세심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전라남도의회가 여순사건 단독조례를 의결한 지난 해 10월 열린 제72주년 합동위령제는 사상 처음으로 전라남도와 여순항쟁 유족연합회가 함께 주관한 가운데 열렸습니다. 

이제 2001년 이후 여순사건 유가족들의 고통을 외면해 온 국회가 제 역할을 해야 할 때입니다. 특별법 제정에 마중물이 될 여순사건 단독조례를 제정했고, 유족회와 함께 발이 닳도록 국회 문턱을 넘나들었기에 이번엔 꼭 여야 합의로 여순사건 특별법이 제정되길 고대합니다. 

과거와의 화해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고자 하는 지방정치가 고령의 유가족의 아픔을 치유하는 밑거름이 되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