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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 동향
제목 [창] 코로나 코리아와 거버넌스의 질
이름 관리자

             코로나 코리아와 거버넌스의 질                                                                                                              

                                                                                                        박홍순(거버넌스센터 이사)

 

한국은 지금까지 코로나191차 팬데믹 국면에서 신속히 대처하고 안정적 관리에 성공함으로써 세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따라가야 할 선진국으로 삼았던 많은 나라들이 큰 어려움에 빠져든 것에 비교되면서 오랜 열등감을 씻고 이젠 우리 스스로에게 좀 더 자부심을 가져도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이 코로나19 방역에서 성과를 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혹자는 한국이 메르스 사태를 경험했기 때문에 학습효과를 통해 미리 대비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또 다른 이들은 한국의 인구당 병실 수가 외국보다 몇 배나 크고 뛰어난 의료보험 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의료대란을 겪지 않고 치명률을 낮출 수 있었다고 말한다. 또 한국이 IT 강국이라서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었다 라고도 말한다.

모두 일리 있는 얘기들이지만 필자가 보기에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포인트는 이번 코로나19 국면에 대처하는 한국사회의 거버넌스 역량을 잘 들여다보고 분석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성공적 코로나19 대응 거버넌스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한국형 진단키트 보급과정에서 가장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알려진 서울역 회의이다. 국내 첫 확진자 발생일인 120일에서 1주일 후인 27, 서울역 공유공간 회의실, 정부 질병관리본부 관계자, 학계 전문가, 진단키트 제작 관련 회사 개발자 등 30여명이 한 자리에 모인 대책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는 질병관리본부의 사전실험 결과를 비롯한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공유되었다. 또한 신뢰를 바탕으로 사전 절차를 최소화하여 최단 시간에 사용승인을 하겠다는 약속도 있었다. 그로부터 4일 후 첫 진단 키트 시제품이 나오고 또 4일 후에는 긴급 사용승인이 떨어졌다. 당국과 학계, 업계가 함께 모인 이 날 회의는 조기 진단과 대량 검사, 신속한 추적과 격리를 통해 코로나19의 안정적 관리를 일구어낸 결정적 계기가 되었고, 이것은 그동안 축적해온 민관협력 거버넌스 문화의 자연스런 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효율적인 진단 방식으로 크게 주목받고 미국 등 선진국들이 많이 배워갔던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 도입과정도 이를 잘 보여준다. 지방정부가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를 도입한 건 226일이다. 민간이 좀 더 빨랐는데, 칠곡 경북대병원이 223일에 최초로 이 모델을 내놓았다. 인천의료원 김진용 감염내과 과장 등이 범학계 대책위원회에서 내놓은 아이디어를 칠곡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듣고, 이를 병원에 도입했다. 현장 전문가의 아이디어가 민간의 자유로운 실험으로 이어지고, 이게 성공하자 다시 정부가 받아서 제도화한다. 재난 국면에서 열린사회의 거버넌스가 작동하는 방식을 압축해 보여준다. 민간의 창의성과 관료적 역량은 이런 식으로 시너지를 낸다.

한 사회의 질을 높이려면 한편으로 사람들이 자유롭게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것, 다른 한편으로 공동의 과제를 풀어낼 수 있게 협력하는 것 이 양 자 간의 긴장과 균형이 중요하다.

전체주의적인 방법은 중앙에 독재 권력을 주고 질서를 통제하고 정보를 독점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려고 한다. 이런 방식이 효과를 발휘할 때도 있지만 독점된 역량의 잘못된 배분과 관료주의적 왜곡이 처참한 실패를 불러올 수도 있다. 중국이 초기 우한에서 이런 현상을 보여주었다. 유능한 정부시스템과 리더십은 필요하지만 결국 상황을 통제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힘은 시민 자체의 역량이다. 시민의 역량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을 촉진하고 도움을 주는 것 이것이 민주적인 정부가 가지는 거버넌스 원칙이 되어야 한다.

이번 코로나19대응에서 한국정부가 잘 한 점은 정보를 공개하면 혼란이 오고 테스트를 많이 하면 의료대란이 올 거라는 식으로 대응하는 대신, 사실을 파악하고 그걸 빠르고 투명하게 알리는 데 가장 중점을 두었다는 점이다. 문제를 전부 정부가 해결하겠다고 독점한 것도 아니고 더욱이 정부가 수수방관한 것도 아니다. 각자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서로 협력하는 것이다. 진단키드의 신속한 개발과 양산은 정부 힘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드라이브 스루와 같은 방식을 정부가 만들어 낸 것은 아니다. 자원봉사자들을 정부가 다 끌어모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정부가 신속히 실행하고 홍보하고 격려했던 건 사실이다. 빠르고 투명한 정보공개와 신뢰가 중요했다. 시민 모두가 다 자기 문제로 여기고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데 동참하게 되었다. 현장의 정보와 상황을 SNS로 직접 알아보고 서로 알리고 기업과 시민과 의료계와 정부가 함께 해답을 맞춰 갔던 결과이다.

재난은 각자도생과 연대의 경향을 둘 다 만들어낸다. 서울 관악구에서는 한 기초생활수급자 노인이 100만원이 든 봉투를 기부했다. 그는 코로나19 자가격리 대상자가 되었을 때 구청과 주민센터에서 보살펴준 것이 고마웠다고 밝혔다. 봉투에는 나는 죽을 사람을 구청과 동사무소에서 살려주심을 너무 고마워서 작은 금액이라도 기부합니다. 너무 고마워요라는 메모가 들어 있었다. 광주시는 집단감염으로 병실이 부족해진 대구의 확진자들에게 광주의 병실을 내주는 병실 연대를 가동했다. 우한 교민들을 실어오는 전세기 탑승을 자원한 대한항공 승무원들의 모습에서, 자원해서 대구로 달려간 의료인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각자도생의 위기에 빠지지 않고 연대의 공동체로 나아가는 희망을 발견한다.

경제활동을 중단시키거나 중국식 통제에 의존하지 않고 코로나 19의 감염자수 확산을 저지한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 유례없는 팬데믹 상황에서도 높은 참여율로 질서있게 투표하고 민주주의 시스템을 유지·발전시켜가는 대단한 나라, 그 이면에는 그동안 소중하게 축적해온 거버넌스 경험과 역량이 있었음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참고한 자료>

천관율, 시사in 2020.03.17. 민주주의 국가에서 바이러스를 이기려면 필요한 것

격암(강국진), ㅍㅍㅅㅅ 2020.4.17. 한국의 코로나19 대처는 정말 뭐가 다를까?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장, 포스트 코로나'로 가는 길

이재열, 한국사회, 지속가능한가 <노사공포럼 49> 2019. 9